英, 탄소중립 속도조절…내연차 퇴출 미룬다

입력 2023-09-21 18:17   수정 2023-09-22 01:58

영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초 2030년으로 설정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시기를 5년 늦추기로 결정했다. 2019년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2050년 탄소중립(넷 제로)’ 목표 법안을 법제화한 영국이 친환경 드라이브에서 한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낵 “탄소중립 실용적 접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기존 2030년보다 5년 늦춘 203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이어 “그 이후에도 휘발유·경유 중고차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하되 영국 가계가 치솟는 물가상승률로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좀 더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수낵 총리는 “2035년 타임라인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일부 주와 같은 일정”이라며 “속도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이와 더불어 주택의 가스보일러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계획도 완화할 방침이다. 영국 국민들에게 히트펌프 전환을 서두르도록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수낵 총리는 이번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으로 영국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기후변화 정책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전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지 않은 채 기후위기 대응 속도를 너무 빠르게 설정해놔 이대로라면 대중의 반발로 목표 자체를 이루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와 소비자에 혼란 초래”
수낵 총리의 이날 발표에 대해 환경단체와 야당은 물론 여당인 보수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030년 목표’를 설정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금 흔들리거나 어떤 식으로든 국가의 비전을 잃을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영국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무역단체인 메이크UK는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투자를 위해 안정성과 신뢰가 필요한 제조업체에 큰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리사 브랜킨 포드 영국법인장은 영국 정부의 이번 전기차 전환 연기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는 영국 정부로부터 야망, 약속, 지속성 세 가지를 원하는데 이번 조치는 이를 모두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 생산공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포드는 영국의 ‘2030년 목표’에 기반해 투자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미 4억3000만파운드(약 7100억원)를 투자했고, 2030년 일정에 맞춰서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체 기아는 성명에서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동차업계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공급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수낵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수낵 총리가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늦추면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부동층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베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7월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이 예상과 달리 승리를 거둔 뒤 수낵 총리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선거에서 노동당 소속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의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이 선거 승리 요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초저배출구역은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공해 차량 이용을 억제하는 제도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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